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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16. 02. 14
산행길 : 오색 - 대청봉 - 중청 - 소청 - 희운각 - 무너미고개 - 양폭대피소 - 비선대 - 소공원
올 겨울에는 강원도에 눈이 흔하지 않았다. 오늘 <2016.02.14 일요일>도 많은 눈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갓 내린 새 눈이어서
설악의 설경이 한층 더 멋지게 보였다. 어제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렸다. 하지만 기상청의 예보를 믿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06시 15분 출발하는 양양시내버스를 타고 오색으로 갔다
오색 산길로 들어서자 눈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는 5킬로미터쯤 되는데
소문대로 돌계단, 나무계단 등 계단이 좀 많았다.
치악산의 사다리병창길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대청봉에 오르기 직전까지는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정상에 서니 장갑이 금방 꽁꽁 얼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겨울 날씨 치고는 산행하기 좋은 오늘이지만
그래도 설악산 정상은 추웠다.
내일은 설악산의 기온이 영하 20도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피소를 사용하지 않고 산행을 오늘 마무리 지어야 한다.
눈구름으로 인해 조망은 안 좋지만, 눈을 맞으며 이런 은빛 세상을 걷는다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대청봉에서 중청대피소로 내려와 간단한 점심을 먹은 후..
소청으로 향한다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은 회색 장막에 가려 보이지 않아서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오른쪽을 보니, 그동안 동해와 천불동 계곡에 시선을 빼앗겼던 어린 나무가
지금 막 내리는 눈으로, 한 겹 한 겹 하얀 레이스를 걸치고 있다
소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공룡능선을 보았던 지난 여름이 생각난다
회색 장막은 희운각 가까이 오니 조금씩 변화가 있기 시작했다.
오늘 같이 눈 오고 흐린 날, 저렇게 희운각을 안은 대청봉을 보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흰 눈을 맞아서 더 신비로운 신선대
희운각에서 조금만 가면 무너미 고개가 나온다
지난여름, 희운각에서 1박을 하고 공룡능선을 탔다
오늘은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기어 비선대로 가보자
천불동 계곡이 시작되자마자 비경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도 멋지도다
무너미 고개에서 비선대에 이르는 동안 그 아름다움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 생애 제일 짧은 5킬로미터였다
눈의 양이 적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특히나 겨울 산행을 하는 나에게는 딱 알맞은 기온과 적설량이었다
이렇게 바람도 없고, 걷기에 알맞은 온도가 유지되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겨울 산행 날씨로는 상급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어마어마한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자꾸나!
자! 이제 슬슬 천당폭포로 가 보실까요?
저 아래 평평한 곳에 서면, 너무나도 멋진 천당폭포가 보인다
천당폭포!
이 멋진 모습을 말로 전한다는 것은 무리다
약소하나마 사진으로...
점입가경! 내가 산행을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모습들이 자꾸자꾸 나타난다
한국의 모든 계곡들은 다 아름답다
그중에서 설악산 천불동 계곡은 계곡의 모범 답안이다.
유홍준이 석가탑이 아름다움의 모범답안이라고 하듯이...
설악산 천불동은 계곡, 바위, 나무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사시사철 그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이 곳의 설경을 혼자 만끽한다는 것은.... 복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이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양폭대피소는 오늘 하루, 동화가 되었다
구도도 어쩌면 이렇게 잘 나올까
천불동을 내려가는 동안 이런 모습들이 자주 나온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천불동의 가을...
사람만 좀 적다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나뿐이다.
다섯 손가락에 곱을 정도의 산님들을 만나는 것이 고작이었다..
봄이면 연두로, 여름이면 갈매색으로, 가을이면 노을빛으로...겨울에는 은빛으로
내가 찍었지만 참 기가 막히게 멋지다
사진을 좀 찍어보니....
감동을 주는 사진은...좋은 사진기도 아니요...좋은 기술도 아니요..
다만.. 좋은 경치와 좋은 빛일세...
지리산이 그 많은 봉우리들을 아우르는 멋이 있다면
설악산은 산 자제에서, 뿜어 내는 농염한 멋이 있다
캬! 정말 아름답도다
오늘 사진에서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천불동의 아름다움은 대체 언제 끝나는 것인지..
위는 위대로
아래는 아래대로
흐르는 물과
찬란한 바위
내 눈을 어지럽히는 현란한 나뭇가지까지
한 장면 한 장면 놓치기 아쉽지만, 하산은 계속되고
드디어 귀면암 도착
조금 더 가야 비선대가 나오는데
비경은 자꾸자꾸 나오고
계단 조차 예술이다
어느 개그프로의 한 코너에서
"이 병원... .커도 커도 너무 컨데..."라는 대사가 있다
"설악산 천불동... 아름다워도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다운데..."
오늘, 설악산은 나에게 말한다.
"네가 아름다운 설경을 보고 싶다면....오늘 실컷 보여 줄게"
드디어 비선대....대문사진을 좀 댕겨서
학창 시절 수학여행 때 본 비선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는 가슴도 떨렸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자연이 그렇게 좋았나 보다
비선대 다리에서 내려온 길을 뒤돌아 보니...
그리고 왼쪽으로는 거울처럼 맑은 비선대 계곡물
영원히 있을 것만 같았던 비선대 매점이 없어졌다
지난여름, 종주를 마치고 그 매점에서 음료수를 먹었던 기억이
마지막 추억이 될 줄은 몰랐다
매점이 없어지니 풍광은 훨씬 좋다
그래도 휴식과 낭만이 조금은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설악을 한 번 더 뒤돌아 보며
연둣빛 찬란한 봄에 다시 오마...
https://youtu.be/-qNTmtv74Jc
산행길 - 파란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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